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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건 너의 Story...♡

첫차를 기다리며 / 김해화 본문

내맘같은

첫차를 기다리며 / 김해화

그리운건 너 2006. 12. 19. 14:51
첫차를 기다리며 / 김해화


사람들은
차디 찬 가로등 불빛으로부터
몇 걸음씩 물러서서
그림자가 되거나
차라리 어둠이 됩니다

삶이
사람들을 얼마나 낯설게 하는지

서로 흘끔거리며 물러서서
어둠이 되는 사람들
공사장 아사리판 속에 목숨을 걸어 놓고
한번쯤 씨벌놈 입씨름으로 마주쳤을 얼굴
그 깊이 패인 골에서 시작된 겨울바람에
바튼 기침 소리를 내며 은행나무 아래로 굴러가는
비닐 봉지 하나
텅 빈 가슴 위로
우수수 은행잎이 집니다

부끄럽습니다
푸르던 시절의 사람들 떠나고
겨울바람 앞에서 떨어뜨릴
몸부림 한 조각 남지 않은
캄캄한 나날

서로 가는 길이 다른 버스를 기다리다가
이십번, 오십육번, 십삼번
첫차들이 와서 서면
일꾼 차림으로 길을 묻는 사람
가방 속에 일옷을 감추고
새벽 별빛이 묻어 있는 차에 익숙하게 오르는 사람
그렇게
아침이 오는 세상을 향하여 떠나지만
여섯 시가 넘어 가로등이 꺼진 뒤에도
바람 사이에
고개 숙인 몇 사람
기다리는 첫차는 아직 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