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님

똥차 / 안도현

그리운건 너 2006. 4. 26. 14:39

똥차


두어 달에 한 번씩 학교에
똥차가 온다
햇볕이 변소 지붕에 골고루 널린 날을 택해
부릉부릉 운동장을 힘차게 질러온다
개도 안 먹는다는 선생 똥을
교과서나 공책 찢어 쓰윽 닦은 아이들 똥을
빨대로 콜라 빨 듯 시원히 바닥낸다
수업시간에도 냄새가 교실을 적시지만
우리 어디 제 코만 싸잡을 일이다냐
비우면서 그리하여 가득 채우는 일
대명천지에 똥차는 와서
진정 참다운 일
가르쳐주고 간다

 

-안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