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같은
살아 있는 날은 / 김현승
그리운건 너
2006. 8. 2. 02:49
살아 있는 날은 / 김현승
살아 있는 날은
마른 향내 나는
갈색 현필을 깍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깍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 있는 연필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