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같은

낮술은 / 최영미

그리운건 너 2006. 10. 11. 02:35

낮술은 / 최영미

 

 

대낮에 코 박고 혼자서 들이받는
낮술은 입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커튼 드리운 침침한 방
내 뒤엉킨 속으로 흐르지 않는다


낮술은 취하지 않는다
온몸으로 깨어나
열어젖힌 창 너머
가까운 산, 먼 하늘로
몰려가 구름이 되고 안개비 되어
어딘가 있을 새벽,
네 파르스름한 얼굴 위에 내린다


잠자는 기억을 들이받고
헝클어진 머리카락
하나 둘 엉겨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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