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같은

가을바람 / 최영미

그리운건 너 2006. 10. 11. 02:37

가을바람 / 최영미

 

가을바람은 그냥 스쳐가지 않는다
밤별들을 못 견디게 빛나게 하고
가난한 연인들 발걸음을 재촉하더니
헤매는 거리의 비명과 한숨을 몰고 와
어느 썰렁한 자취방에 슬며시 내려앉는다


그리고 생각나게 한다
지난 여름을, 덧없이 보낸 밤들을
못 한 말들과 망설였던 이유들을
성은 없고 이름만 남은 사람들을......
낡은 앨범 먼지를 헤치고 까마득한 사연들이 튀어나온다


가을바람 소리는 속절없는 세월에 감금된 이의
벗이 되었다, 연인이 되었다
안주가 되었다


가을바람은 재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