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같은
두려움에 대한 습관적 기다림 / 윤지영
그리운건 너
2006. 11. 20. 03:08
두려움에 대한 습관적 기다림 / 윤지영
모두 잠든 밤
창문에 꼬리 끼인 채 울부짖는 바람과
바람의 목덜미에 발톱 박고 교미하는 두 마리 고양이
부르르 몸을 떠는 형광등
때문에 잠에서 깨었는데
기다란 여운을 남기고 어두운 마루로 사라지는 괘종시계와
그 소리에 맞춰 일제히 부풀어 오르는
내 몸의 피부조직.
모두 잠들고,
텔레비전도 가로등도 잠들고
그 고요 속, 바람과 고양이와 형광등과
괘종시계와 나만 깨어 있는 밤
깨어 있는 것들이 일제히 울부짖는 밤이면
내 몸은 이유없이 부풀어 오르고,
온 몸이 가려워 견딜 수가 없는데
나는 그런 밤을 습관적으로 기다리며
빨갛게 부풀어 오를 때까지 손등을 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