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같은

우리가 만나자는 약속은 / 강인한

그리운건 너 2006. 11. 26. 01:33

  우리가 만나자는 약속은 / 강인한

 

 

 

  사람 사는 일이란
  오늘이 어제 같거니 바람 부는 세상
  저 아래 남녘 바다에 떠서
  소금 바람 속에 웃는 듯 조는 듯
  소곤거리는 섬들
  시선이 가다 가다 걸음을 쉴 때쯤
  백련사를 휘돌아 내려오는 동백나무들
  산중턱에 모여 서서 겨울 눈을 생각하며
  젖꼭지만한 꽃망울들을 내미는데
  내일이나 모레 만나자는 약속
  혹시 그 자리에 내가 없을지 네가 없을지
  몰라 우리가 만나게 될는지
  지푸라기 같은 시간들이 발길을 막을는지도
  아니면 다음 달, 아니면 내년, 아니면 아니면
  다음 세상에라도 우리는 만날 수 있겠지
  일찍 핀 동백은 그렇게 흰눈 속에
  툭툭 떨어지겠지
  떨어지겠지 단칼에 베어진 모가지처럼
  선혈처럼 떨어지겠지
  천일각에서 담배 한 모금 생각 한 모금
  사람 사는 일이란
  어제도 먼 옛날인 양 가물거리는
  가물거리는 수평선, 그 위에 얹히는
  저녁놀만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