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같은

저녁 숲으로 가는 길 / 유 하

그리운건 너 2006. 12. 9. 01:43

저녁 숲으로 가는 길 / 유 하


저녁 순한 바람이 내미는 손을 잡고
숲길을 걸었네 방랑을 잠시 멈춘 새의 부리처럼
마음은 잔잔했고 숲은 나이테의 둥근 웃음으로
날 넉넉하게 받아주었지 저 멀리
하나 둘 켜지는 불빛과 연기,
흔들리는 풀잎의 어깨에 기대 바라보면
얼마나 많은 목숨의 불씨들이
매운 눈물로 이 저녁을 지탱해 왔는지
안개가 샘물의 살결을 데려와 숲을 씻기면
어느새 턱밑에 차오르는 별빛, 얼마를 더 가야
이 숲의 저녁을 담은 눈 하나 가질 수 있을까
숱한 세월, 죽은 자들의 눈길을 통과한 잎새들이
어둠의 저편에서 비밀하게 수군거릴 때
난 잠 깬 올빼미의 뿔테 안경을 뺏어 끼고라도
그 잎새의 지혜로운 말들을 꼭 한 번 만지고
싶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