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같은

어둠이 환하다 / 손병걸

그리운건 너 2006. 12. 25. 17:37
 
어둠이 환하다 / 손병걸
직접 보거나 만져 보며 
확인하지 않으면 
믿지 못하며 살아왔다. 
눈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고통을 겪을 때도 
쉬지 않고 눈을 움켜잡았고 
시력을 완전히 잃어 버리던 그날까지도 
두 눈동자를 굴려 보며 
결코, 욕심을 놓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눈은 자꾸 함몰되어 
검은 눈동자가 허옇게 흉해지고 있지만 
이즈음에서 나는 꼭 확인하지 않아도 
믿어 버리는 여유를 배웠다. 
앞으로 걸으며 뒤를 보아야 하는 
그 걸음은 얼마나 불안한가 
돌이켜 보면 나의 생은 얼마나 많은 
확인을 강요당하며 살아왔었는가 
보일 듯 말듯 그때가 답답했을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쉽게 믿어 버리며 산다는 것에 
나의 어둠이 환하다. 
제10회 구상ㆍ솟대문학상 당선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