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같은
낡고 닳아지는 것들에서
그리운건 너
2007. 7. 15. 23:05
자꾸 자꾸 낡아지고, 닳아 없어져 갈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첫장부터 빽빽하게 잘 정리해 나가던 노트를 다 썼을 때라거나
또 두껍던 일기장 한 권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보일때,
새로 산 잉크 한 병이 어느새 바닥을 보일때 참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또, 책이나 사전에 손때가 묻어서 얇게 부풀어 오른 것도 은근히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그 모습이 좋아서 억지로 길을 들이려하거나 닳아 보이기 하려해도
그처럼 자연스러운 멋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낡고 닳아지는 것들은 우리를 기분좋게 합니다
그것들이 낡고 닳아가는 사이에 내 한쪽이 충실하게 채워가고 있다는 뜻이 될테니까요.
김해인 / 나의 시간에서 우리의 시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