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같은
사람이 詩보다 크다 / 김수열
그리운건 너
2007. 7. 31. 10:51
사람이 詩보다 크다 / 김수열
얼마 전 시인들끼리 송년의 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이는데 한 후배 시인이, 형은 詩가 더 커보였는데 이제는 사람이 더 커 보인다, 고 하길래 원래 키가 크니까 그런 게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고 뿔뿔 헤어져 돌아오는데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도는 그 말, 갈수록 詩가 시답지 않다는 겐지 아니면 詩가 몸을 못 따르고 몸이 詩를 못 따른다는 겐지 그도 아니면 성장발육이 멈춘 지가 하세월인데 느닷없이 더 커 보인다는 건 대체 뭔 소린지, 하는 비틀비틀한 생각으로 지하주차장을 막 나서는데 쿵, 하고 천장들보에 정수리를 받치고서야 얼른 깨닫는다,
그래 나, 크다
1959년 제주 출생
1982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어디에 선들 어떠랴』『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바람의 목례』
산문집으로 『김수열의 책읽기』 『섯마파람 부는 날이면』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