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님
사진첩 / 안도현
그리운건 너
2007. 9. 4. 21:28
나는 문득 오래 된 흑백사진도 숨을 쉬며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 숨을 쉬지 않는다면, 죽은 사진이라면,
우리가 그것을 들여다본다고해도 아무런 감흥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생겼을 때, 외롭고 쓸쓸해질 때,
우울하고 막막해서 마음의 손마저 차가워질 때,
나는 사진첩을 펼치리라.
사진첩을 들여다보다가 보면,
친구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지금처럼, 나, 따뜻해지리라.
사진첩아, 더 늙지는 말아라.
이 세상이 다 변해도, 변할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니까.
사진첩 / 안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