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같은
떠나가는 배 / 김재진
그리운건 너
2008. 5. 7. 15:53
떠나가는 배 / 김재진
물위로 또 물 떨어지네.
비 맞는 내 마음
수묵의 빛깔로 흐려지고
고물에 매달려 따라오던 섬은 그만
아득할 뿐이네.
돌아보면 아득하지 않은 것 어디 있으랴.
아무리 다가가도 수평선은
내 생이 넘지 못할 경계이네.
엄청난 소금을 뱃속에 채운
바다는 출렁대는 자루처럼 나를 가두고,
나 한때 세상의 소금이 되길 원했으나 단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을 뿐
약속했던 것은 또 아무 것도 지켜지지 않았고
기다리던 것은 또 아무 것도 오지 않았네.
인간이 그어놓은 물 위의 금.
금 밖에 선 채 금을 넘지 못하고 나는 그만
떠나가고 마네.
따라가도 따라가도 밟을 수 없는 금.
거품이 나도록 오고 가도 닿지 못하는 경계에서
나 그만 비에 젖어 하선하고 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