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같은
더러는 기약없는 길을 가보는 거다 / 김병기
그리운건 너
2008. 12. 11. 02:30
더러는 기약없는 길을 가보는 거다 / 김병기
더러는 기약없는 길을 가보는 거다
밀쳐놓았던 쓴 기억들이 밀물처럼 미려온들 어떠하리
깊숙이 숨겨둔 상처의 편린(片鱗)들
온통 일어나 열화 같은 투쟁의 깃발을 올려도
이제는 아픔을 안으로, 안으로 걸어 잠그고
예정없는 길을 가보는 거다
더러는 애증의 자국들도
더러는 증오의 씨앗들도
휘파람 속에 가지런히 놓아두고 가보는 거다
그리움, 아쉬움도 훌훌 털어 버리고
가다보면
달빛이 수채화 되어 잠드는 호수에서
꽃비처럼 쏟아지는 낙엽 진 산길에서
소리없이 눈 내리는 산사에서
미욱한 가슴으로 고요가 들어서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에도 가 닿을 것이다
더러는 그렇게 기약 없는 길을 가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