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같은
우리가 첫눈처럼 / 김구식
그리운건 너
2008. 12. 30. 12:55
우리가 첫눈처럼 / 김구식
우리가 첫눈처럼
누군가의 처진 어깨를 감쌀 수 있었다면
여윈 가슴이 더 따뜻해졌으리라
허물어져 가는 어느 집 처마 끝 가만히 쌓였다가
아궁이에 장작불 터져가듯 함박꽃 같은 웃음을
피워 번지게 할 수만 있었다면
뭉쳐서도 녹아서도 즐거웠으리라
아, 햇살의 발길에 채여 질퍽해지고
얼어붙는 저 어스름 저녁
엉덩방아 찐 누군가의 입방아에 오르더라도
우리가 첫눈처럼 누군가의
깜박이는 설레임이 될 수만 있었다면
망설임 없이 차가운 가지 끝을 쓸어보다가
매서운 바람이 몰아가는 어둑한 구석 어딘가
잠자코 박혀서도 좋았으리라
높이도 깊이도 헤아릴 것 없이
숨죽인 울음으로 쏟아져 내려도 좋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