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같은

어떤 날 / 도종환

그리운건 너 2009. 8. 10. 13:08

 

 

 

 

 

     

 

 

 

    
    어떤 날은 아무 걱정도 없이
    풍경소리를 듣고 있었으면
    바람이 그칠 때까지
    듣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집착을 버리듯 근심도 버리고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나뭇잎을 다 만나고 올 때까지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소쩍새 소리를
    천천히 가지고 되오는 동안 밤도 오고
    별 하나 손에 닿는 대로 따다가
    옷섶으로 닦고 또 닦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나뭇잎처럼 즈믄 번뇌의
    나무에서 떠나
    억겁의 강물 위를
    소리 없이 누워 흘러 갔으면
    무념무상 흘러 갔으면
    어떤 날 /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