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같은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이상윤

그리운건 너 2009. 10. 12. 02:05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 이상윤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시간의 재가 되기 위해서 타오르기 때문이다
  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
  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것도
  이제 하루 해가 끝났기 때문이다


  사람도 올 때보다 떠날 때가 더 아름답다
  마지막 옷깃을 여미며
  남은 자를 위해서 슬퍼하거나
  이별하는 나를 위해 울지 마라
  세상에 뿌리 하나 내려두고 사는 일이라면
  먼 이별 앞에 두고 타오르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이 추운 겨울 아침
  아궁이를 태우는 겨울 소나무 가지 하나가
  꽃보다 아름다운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 아니겠느냐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어둠도 제 살을 씻고 빛을 여는 아픔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