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닿는걸음

휴일 동화사와 파계사에서..

그리운건 너 2013. 1. 21. 15:35

 

 

 

 

간밤에 어디론가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머물렀다.

어디로 가볼까.. 눈 덮힌 산야를 찾아가볼까.. 짙은 사람향기 우수수 듬나드는 곳으로 가볼까.. 바다로 향할까..

나설곳을 정하지 못한 밤이 지나고 휴일의 아침해는 뿌연 구름에 가려 느리게 밝힌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팔공산.. 지척에 있어도 몇 번 가봤을까.. 또 혼자는 처음 걸음이구나.

느린 보폭으로 걷고싶어 채비를 하고 나선다. 방짜유기박물관은 이른시각이라 접수할수 없었고 동화사로 달린다.

햇살이 방긋 웃으주었으면 하는 아쉬움.. 그러나 스치는 바람은 순해서 포근히 걷는다.

 

동화사

 

 

 

 

 

 

아침 예불시간인가보다.. 법당마다 스님의 예불소리는 경내에 고루 전해진다.. 나도 따라 관세음보살을 몇 번이고 드문드문 옹알이며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하며 하나라도 놓칠세라 마음을 기울인다.

보살님의 하루 공양준비가 바쁘다..

마음같아서는 두손을 모으고 인사를 건네고 싶었지만 해본적이 없으니 어색해서 부끄러워 혼자 멀뚱해져 미안스럽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말라는 팻말이 고양이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너네는 절간에 보금자리를 틀었을텐데.. 너네와의 거리가 멀리 느껴진다..

그치만 너를 만나는 많은 사람들은 건강하라는 안부는 빠트리지 않을게야.. 그러니 이곳을 떠나지 않음일테고. 서운해하지 말고 건강하거라.

 

 

 

 

 

 

 

얼기설기 놓여짐에도 단정한 매무새와 수두분한 질서의 멋을 내는 기와와 담장은 볼때마다 내 마음을 머물게해주고 나를 천연덕스럽게해서 좋다.

새봄이면 기와화분에 꽃이 피고 새싹을 틔우겠구나.. 절간의 가지런한 손길이 겨울이어도 시리지않다.

더딘 기다림이어도 훈풍의 느릿함으로 거뜬히 견디어낼테지..

 

 

 

 

 

 

법당문고리의 숟가락을 보다가 정겨운 웃음이 난다. 어린시절 시골집 방고리 숟가락을 떠올린다.

잠금의 의미가 아니다.. 넉넉한 약속의 소통이다.

 

 

 

 

 

 

 

목련은 봄의 채비를 하고 있더라.. 곧 하얀함박웃음 꽃피우겠지.. 집앞 아파트 입구에 있는 목련나무에도 이른 봄이 걸려있더라.

봄을 기다리던 한 구석 목마름에게 환하게 화답해주리라..

겨울밭속에 납닥 난장이 초록풀이 반갑다.. 네가 봄이구나. 푸석한 내 언저리를 파릇하게 보듬어주니 고맙다. 어서어서 온통 짙은 초록물풀들고프다.

 

 

 

 

 

 

사찰을 벗어나 흙길을 걷다가 나무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 곳에서 나무 다듬질을 하는구나.. 했다

그런데 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와 올려다보니 작은 새 한 마리가 나무가지를 부리로 톡톡 쪼아대고 있다.

왜 그럴까... 하며 한참 올려다본다.. 그 소리가 너무나도 청명하게 울려서 듣기 좋았는데.. 나무가지는 아팠을게다..

새 이름을 모르니 나는 나 혼자 톡톡새라고 부르기로 한다.

 

 

 

 

 

 

줄지은 메주는 햇살을 반긴다. 네가 ,햇살이 나도 반가웠다.

보노라니 입안에 구수한 감칠맛이 돌아 된장국 한 그릇 보글보글 끓여낸다. 고실한 따끈한 보리밥과 조물조물 무쳐낸 나물반찬들이 따라나선다.. 아.. 이맛이야.

 

 

 

 

 

 

 

사찰건물옆.. 씨름을 하게 하던 장작이 할아버지 모자를 금새 벗긴다. 지게에 앉은 모자가 정겹고 따숩다.

할아버지는 튕겨나가는 장작을 데려다 몇 번이고 달래고 얼레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도 장작이 어지간히도 애를 먹이는구나..하면서 용을 쓰대며 바라본다. 할아버지이마에는 땀이 송글인데 그 풍경에 내 마음은 즐거운 행복이된다.

동화사를 둘러보고 돌아나오는 길에 이번에는 젊은스님께서 장작을 패시더라. 사진으로 담으려다 빙글웃음웃으며 꾸욱 참고 돌아선다.

 

아버지가 아니라 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다가 울 엄니가 휘리릭 다녀간다.

내가 대여섯살쯤이던가.. 무얼하나 싶어 문틈으로 보니 군불을 뗄 땔감을 마련하려 장작을 패대기치던 젊은 엄니..

아버지는 그때 무얼 하셨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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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에서 나와서 자동차로 15분거리에 있는 파계사로 향했다.

커피를 마시러 들어갔던 서점의 보살님께서 공양시간이 되었다시며 같이 가자고 하신다..

그래도 괜찮으냐고 수줍어 묻고는 졸졸 따라나선다. 아침을 거르고 온터라 내뱃속도 출출한 시간이라 마다하고 싶지 않고 감사하다.

절밥은 두번째 먹어본다.. 운문사 사리암에 올랐을때 처음 먹었었지.. 다른 맛, 색다른 느낌의 맛이었던 기억.

 

남기면 곤란하니 대접에 적당히 밥과 나물을 담아 앉는다. 파계사를 둘러볼때 마주쳤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맛있게 밥그릇을 비운다.

나도 감사히 먹고 내 그릇을 씻으러 주방으로 간다. 내 뒤따라 오던 사람의 그릇까지 냅따 받아다가 헹구어내면서 왜 그리 마음이 뿌듯해지던지.

밥을 먹고 난 후 뜨거운 슝늉을 먹는 맛같은.. 그 맛있는 뒷끝.. 뭔가 내손을 빌려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건 나에 대한 공양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