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산딸기
언니네는 하루가 달리 도톰하게 자라는 산딸기를 부지런히 수확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한 이십여 일은 첫사랑이 찾아와도 쳐다볼 겨를 없이 바쁠 때다. 나도 손을 보탤까 싶어 달려갔다.
언니 집 아래 저수지에 다다르면 저 멀리서 왈왈 반기는 진돌이 녀석은 참으로 영특하고 듬직하다.
'진돌아!' 하고 낭랑하게 불러주면 뚝! 멈추고 근사한 쌍꺼풀눈으로 나를 꾸벅꾸벅 바라본다. 신통방통하지.
녀석은 내 음성과 향기를 잊지 않고 있다니 말이야. 고맙지 암만. 울 하늘이 녀석은 또 어떠냐.
7년 동안 엄마였던 내가 건강상의 이유로 하루아침에 생이별을 하게 된 냥이 하늘이.
'하늘아! 하늘아!' 부르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게 쓰윽 나와 반갑다고 '에용에용' 거린다. 털레털레와서는
내 손에 얼굴을 비비고 발라당 누워서 고개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골골송을 부른다.
그때마다 느끼는 흐뭇함과 짠한 마음은 뒤섞인다. 책임이 따라야 하거늘 세 녀석에게 대한 미안함을 품고 산다.
졸지에 녀석에겐 엄마가 둘이고 아빠도 생겼다. 언니와 형부로부터 무한 애정을 받는 하늘이. 나는 이제 헌 엄마다.
창고 쪽에는 처음 보는 새끼 냥이들이 있다. 얘네들도 살길을 찾아온 게지.
언니 집으로 찾아오는 냥이들과 강아지들을 언니는 품는다. 생명이니 모른척할 수 없는 천심이다.
하늘이와 상봉을 한 후에는 아기 염소에게 안부를 전한다.
음메에에! 부르니 예뻐서 들여다볼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나저나 이제 산딸기 따러 가자.
요 작은 것이 어찌나 귀엽고 앙증맞은지 딸 때 아주 조심스럽다.
터질세라 여려 보여도 단단하게 촘촘히 여물었다. 장갑과 토시를 착용하면
가시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따보면 안다.
하지만 욕심을 내면 긁힘을 피하긴 어렵다. 천천히 움직이되 빠르게 포착하라.
지대가 높아서 다른 곳 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수확을 한단다. 오늘도 언니는 바쁘게 종종 거리겠구나.
잘 익은 건 힘주지 않아도 쏘옥 빠지는데 그 손맛에 재미가 붙으면 따는 동안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도록 여기저기 사방에서 홀린다.
체험하러 온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톡톡 따는 재미가 좋은지 농장이 떠들썩하고 어른들의 수다도 익어간다.
손님맞이와 산딸기 선별, 포장작업까지 혼자 해내는 언니가 참 대견하다. 동생이 할 말은 아니지만
본디 언니는 이런 모습의 사람이 아니었기에 영천으로 내려 간 후부터
달라지는 언니의 일상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김치를 직접 담고 일일이 언니의 손으로 만들어가는 시골생활을 나름 잘 엮어가는 중이라
그런 언니가 대견하고 신통하게 느낀다. 이렇게 살게 될 줄은 누가 알았을까.
그래도 정해져 있는 여정 길에 들어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시기가 빠르거나 적당하거나.
그러다 어느 시점에서 멈출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설령 언니조차도. 흘러가는 대로 살면 되는 거지.
땅에서 자라는 것은 저절로 열매를 맺는 것이 없으니 감사를 배우고
저 홀로 반짝이는 것 또한 없으니 겸손을 배운다.
자연이 빚은 색은 편안하다. 지루하지 않고 볼수록 정이 돋는다. 바라보고 있으면 감탄, 감동이다.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었을 때 성장하는 자연은 참으로 견고하다.
이번 주에 다시 언니 집에 갈 참이다. 엄마가 텃밭에서 기른 양파, 마늘, 완두 콩을 전해주고 오라 셨다.
안 그래도 갈 요량이었다. 좋아하는 회를 몇 접시 사 들고 가야지.
고생할 텐데 잘 먹고 기운 내야지.. 남은 수확철까지 힘내셔라.
긍정적인 이해와 보살 같은 마음으로 사는 언니가 아니더냐. 그 대신 아프지마라. 나에게 언니는 하나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