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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건 너의 Story...♡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장편동화 / 김환영 그림, 사계절출판사 본문

내맘같은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장편동화 / 김환영 그림, 사계절출판사

그리운건 너 2024. 4. 4. 11:56

 

 

 

가슴이 아프게 뜨거워지고,, 읽는 동안 잎싹(암탉)과 초록머리(청둥오리)를 응원하게 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동화지만 오십이 훌쩍 넘은 철없이 나이만 먹은 나,

그리고 어른들,,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장편동화, 김환영 그림, 사계절출판사

원북원포항 어린이부문 선정도서

.................................

 

잎싹은 난용종 암탉이다. 알을 얻기위해 기르는 암탉이라는 말이다. 잎싹은 양계장에 들어온 뒤부터 알만 낳으며 일 년 넘게 살아왔다. 돌아다니거나 날개를 푸덕거릴 수 없고, 알도 품을 수 없는 철망 속에서 나가 본 일이 없었다. 그런데도 남몰래 소망을 가졌다. 마당에 사는 암탉이 앙증맞은 병아리를 까서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본 뒤부터였다.

'단 한 번만이라도 알을 품을 수 있다면. 그래서 병아리의 탄생을 볼 수 있다면......'

알을 품어서별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잎싹은 이 소망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암탉이 몹시 부러웠다. 아름다운 모습에 알까지 품는다니. 잎싹은 여태 몸맵시에 신경을 쓴 적이 없었다. 그래도 깃털이 빠져서 지금 자신이 몹시 볼품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갑자기 그 사실이 부끄러웠다. 잎싹은 서글픈 마음을 억누르려고 몸을 작게 움츠렸다. 깃털이 숭숭 빠져서 맨살이 다 드러난 목을 아무도 보지 말았으면.

'그래도 닭장을 나왔잖아. 나는 지금 마당 식구들과 같이 있어. 게다가 곧 알을 낳을 수 있을 거야. 머지않아......' 

 

 

 

 

속속들이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할 수는 있어. 나는 너를 존경해 p81

 

이건 세번째 기적이었다. 철망을 나와서 아카시아 아래에 살았던 것이 첫 번째 기적이고, 알을 품은 것이 두 번째 기적이었다.족제비가 사냥에 실패했고, 초록머리가 날기까지 했다.

 

"서로 다르게 생겼어도 사랑할 수 있어.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

잎싹은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초록머리를 나무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초록머리가 다른 족속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벌써 오래전, 수련잎을 겁 없이 건너다니다가 빠져서 헤엄칠 때부터였으니까. 그래서 불안하고 가슴 한쪽이 늘 쓸쓸했으니까.  p136~137

 

"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 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잠자리를 찾는다고 해도 잎싹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안심하는 것뿐이었다. 전처럼 몸을 맞대고 잠들거나 다가가서 말을 걸지도 못했다. 오로지 잘 자는지 보는 것, 얼마나 더 자랐는지 보는 것뿐이었다.

가끔씩 그 노릇이 너무 슬프고 외로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잎싹은 초록머리의 발에 묶인 끈이라도 없애 주고 싶었다. 하늘을 날 때, 물가를 거닐 때 끈은 길게 늘어져서 초록머리를 따라다녔다. 마치 슬픔을 매달고 다니는 것처럼 우울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앞으로 이런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것이라고는 기억밖에 없으니까.

.......

"하고 싶은 걸 해야지, 그게 뭔지 네 자신에게 물어봐."

"엄마가 혼자 남을텐데, 마당에 갈 수도 없고."

"나는 괜찮아, 아주 많은 걸 기억하고 있어서 외롭지 않을 거다."

......

어느 틈에 족제비가 다가와 있었다. 하지만 혼자가 되는 것보다 무섭지는 않았다. 잎싹은 눈을 지그시 감고 중얼거렸다.

"한 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걸 이루었어.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 이제는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소망을 굳게 간직하고 실천하는 암탉 이야기 / 김서정(아동문학 평론가)

 

다른 길을 찾아 냈고, 그 길을 가기위해 안전한 마당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잎싹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굶주려야 했고, 추위에 떨어야 했고, 다른 동물들의 따돌림에 외로움을 견뎌야 했고, 족제비의 위협앞에서 몇 번이고 죽음을 무릅써야 했습니다.

...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삶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과 반성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암탉으로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잎싹이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천했듯이, 인간으로서 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일은 여러분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