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안도현님 (83)
그리운건 너의 Story...♡
모든 사진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는 다시는 되돌아보기 싫은 풍경이나 시간을 찍으려 하지 않는다 카메라의 의지를 어떻게 꺾을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한겨울에 새벽밥을 먹고 고무줄로 이은 토끼털 귀마개로 단단히 무장을 한 뒤에 첫차를 타러 갈 때의 ..
가을의 소원 /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지는 것 아무 이유 없이 걷는 것 햇볕이 슬어 놓은 나락 냄새 맡는 것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맞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
분홍 지우개 / 안도현 분홍 지우개로 그대에게 쓴 편지를 지웁니다 설레이다 써 버린 사랑한다는 말을 조금씩 조금씩 지워 나갑니다 그래도 지운 자리에 다시 살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생각 분홍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그리운 그 생각의 끝을 없애려고 혼자 눈을 감아 봅니다 내가 이 세..
산딸나무, 꽃 핀 아침 / 안도현 나무가 꽃을 피운다고? 아니다, 허공이 피운다 나무의 몸 속에 꽃이 들어 있었던 게 아니다 나무가 그 꽃을 애써 밀어올렸던 게 아니다 허공이 꽃을 품고 있었다 저것 좀 봐라, 햇볕한테도 아니고 바람한테도 아니고 나무가 허공한테 팔을 벌리고 숨겨둔 꽃 ..
연애 / 안도현 연애 시절그때가 좋았는가 들녘에서도 바닷가에서도 버스 안에서도이 세상에 오직 두 사람만 있던 시절사시사철 바라보는 곳마다 진달래 붉게 피고비가 왔다 하면 억수비눈이 왔다 하면 폭설오도가도 못하고, 가만 있지는 못하고길거리에서 찻집에서 자취방에서쓸쓸하고 높던 연애그때가 좋았는가 연애 시절아, 너를 부르다가나는 등짝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 같다무릇 연애란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기에문득 문득 사람이 사람을 벗어버리고아아,어린 늑대가 되어 마음을 숨기고여우가 되어 꼬리를 숨기고바람 부는 곳에서 오랜 동안 흑흑 울고 싶은 것이기에연애 시절아, 그날은 가도두 사람은 남아 있다우리가 서로 주고 싶은 것이 많아서오늘도 밤하늘에는 별이 뜬다 연애 시절아, 그것 봐라사랑은 쓰러진 그리움이 아니라시시각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