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건 너의 Story...♡
원태연 알레르기(2집1부) 본문
제 1부 재회
내가
어떻게
잘
있겠니
도대체
내가
어떻게
잘 있을 수
있겠니
재회 Ⅰ
늦가을이었네
비둘기색 바지와
단추가 두 개 뿐인
감색마이로 입기로 했네
와이셔츠는 엷게 빛이 나는 하늘색으로
노타이는 웬지 허전해 보여
원색의 프린트 무늬로 타이를 맞추었네
반짝이는 구두보다
복숭아뼈 살짝 올라오는 감색 구두로 신고
양말은 짙은 곤색을 즐겨 신었지만
바지 색깔에 맞추어 회색으로 신었네
두세 가지 향수를 생각하다
웬지 향수보다 비누냄새를 풍기고 싶어
향이 부드러운 비누로 샤워를 했네
자연스럽게 웨이브를 줘
왼쪽 눈썹을 살짝 내려오는
오른쪽 가리마를 탔네
그녀의 기억 속에
이제 내 모습은 없어졌네
잘 정돈된 내가 거울 속에서
은빛 바늘시계를 차고 있었네
분명 변한 모습으로
타이를 조였네
이제
비둘기색 바지를 고를 때부터
타이를 조일 때까지
입술을 깨물어야 했던
몇 해전 늦가을부터 준비해 오던
인사말만 생각하면 되는데
그녀가 먼저 해 주었으면 좋겠네
난 너무나 많은 것을 준비했기에
인사말만은
그녀가 먼저 해 주었으면 하네
늦가을이었네
재회 Ⅱ
없을 것 같아서
손을 씻었지
문을 열어 나가보면
없어졌을 것 같아서
문고리 한 번 잡아보고
또 손을 씻었지
숨조이는 어색함이 싫어
굳이 할 얘기도 들을 얘기도 없으니
화장실에서 내가 돌아오기 전에
가버렸을까 봐
준비해 온
마지막 인사를 전할 자신이 없었어
인사없이 가는 것으로 대신할까 봐
계속 손을 씻었지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비누칠도 없었지
손만 계속 씻었지
재회 Ⅲ
커피를 마시겠다 했다
같은거요
담배가 더 늘은거 같다 했다
여전하지 뭐
하고 싶어 하던 일 하고사니 행복하겠다 했다
그렇지 뭐
그만 가봐야 한다 했다
......그래야겠지
얼추 두 시간은 마주 앉아 있었는데
생각처럼 많은 말이 나와주질 않았다
시간 내내
정신을 병원에 두고 온 환자처럼
그 첫마디에는 대답조차 못하고
무엇하나 묻지도 못하고
결혼한다고 축하해 달라 했다
주문 해야지
커피를 마시겠다 했다
같은 거요
담배가 더 늘은 거 같다 했다
여전하지 뭐
하고 싶어 하던 일 하고사니 행복하겠다 했다
그렇지 뭐
그만 가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겠지
재회 Ⅳ
그녀가 내게 무언가 얘기하려 했을 때
들으면 안될 것 같아
잔기침 몇 번하고 식은 커피를 입으로 가져왔습니다
기다렸던 얘기가 나올 것 같아
그녀가 또 내게 무언가 얘기하려 했을 때
듣고나면 힘이 들 것 같아
죽기보다 싫은 그 얘기를 물었습니다
대답을 바란 질문이 아니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
흘리듯 미소로 대신해 주었습니다
그녀가 다시 내게 무언가 얘기하려 했을 때
눈빛이,걱정스런 그 이맛살이 안쓰러워
가만히 들어주려 했습니다
잘 살았으면 한다 하겠지
이런 자리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하겠지
편한 표정 만들어 보이고
당연한 듯 고개 끄덕이려 했습니다
내가 그녀의 얘기 들어주려 했을 때
이제 그녀가 머뭇합니다
기다려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내가 그녀의 얘기 들어주려 했을 때
고마운 그녀는 알고 있었나 봅니다
이젠 더 이상 아파할 가슴조차 없음을......
재회 Ⅴ
내가
어떻게
잘
있겠니
도대체
내가
......어떻게
잘 있을 수
있겠니......
비가 오는 줄 알았어
와이퍼를 켰지
와이퍼 고무가 다 된줄 알았어
여전히 창밖이 뿌옇지
워셔액을 뿌렸어
그래도 차창은 닦이지 않았었지
차창은 처음부터 뿌옇지 않았었지
............
비가 오는 줄 알았어
실수
빨랐지
급류처럼 빨랐지
각자의 길을
급류 속에서 선택당했지
빨리도 선택당했지
늦었지
필요없는 정보처럼
허무하게 늦었지
혼자의 길을 걷기에는
어쩔 수 없이 늦어버렸지
서로의 길을
선택한 건 너무 빨랐고
혼자의 길을 선택하기엔 너무 늦었지
너무 늦어버렸지
담배를 태우며
문득
알아버렸다
담배를 태우며
깊숙히 빨아들이다
느닷없이
알아버렸다
죽이려한다는 걸
가슴 속 그녀를
담배연기로 질식시켜
죽여버리려 한다는 걸
한모금 깊게 빨아들이다
죽이려고
태운다는 걸
알아버렸다
이상한 게임
언제나 중간 이하인 내게
넌 항상 일등만 시켜주었지
너에 대해서는
내가 일등이었고
무엇이든 첫번째가 되었지
그런데 날 그렇게 자신있게 만들어준 너를
결국
네게 꼴찌한 사람에게
빼앗기게 되겠지
꼴찌가 일등인
이상한 게임을 하게 되겠지
시계
바쁘면
시간을 다투는 일이 생기면
정신은 하나 없는데
생각이 납니다
언제나
시계가 없다고 사준다 해서
답답해서 싫다하면
묶여 사는 것 같아 싫다하면
돌아오는 생일날에는
수갑처럼 꼭 채워준다 해서
몇번의 생일이 지나
어느덧 시계가 필요한 나이가 되었고
어느 정도 기억은
웬만만 하면 그저 지나치게 되는데
그때 듣던 노래도
지난 세월과 함께 묻혀져 가는데
바쁘면
시간을 다투는 일이 생기면
해야할 일보다
맞춰야 할 시간보다
먼저 생각이 납니다
지랄같이
바쁘면
더 생각이 납니다
좌석버스
왜 그랬는지
음악도 커피도 담배도 태울 수 없는
비좁은 좌석버스에 붙어 앉아
뭐가 그리도 즐거웠는지
무슨 할 얘기는 끊이지도 않았는지
개도 안 물어갈 자존심 때문에
밤낮 비어있는 지갑
있는 돈도 못 쓰게 하고
버스만 태워 돌아다녔는데
미안해 하는 내가 안되 보였는지
정말 나와 있는 것으로도 부러울 게 없었는지
도무지 내일이라고는 없던 날
거꾸로 매달고 털어봐야
희망 비슷한 것도 안 떨어지는 날
우리 너무 상큼하지 않냐고
잘 될거라고 다 잘 되게 되어있다고
아무도 안 알아주면
이 버스 운전기사 하자고
자기가 매일 옆에 타고 다니면
돈도 벌고 함께 있고 얼마나 좋으냐고
우리 같은 연인들을 위해
음악도 준비해 두자고......
기억해 봐야 가슴만 상할 얘긴데
이제 좌석버스 운전기사 안 해도 되고
털어보면 희망도 조금 떨어지고
예쁜 내 차도 있는데
왜 이러는지
좌석버스비 남겨두고 술 마셔야 했던 그때로
지지리도 짜증나던 그 상황으로
왜 자꾸 돌아가보고 싶은건지
끼익 끼익
난
끼익 끼익이
문고이롸 문이
서로 이빨이 안 맞아
기름 쳐달라고
죽겠다고 내는 소리로만 알았다
난
끼익 끼익이
차 브레이크 부속 중
마스터 실린더에서
브레이크액이 모자라
어서 넣어달라고
큰일난다고
급하다고 내는 소리로만 알았다
난
이제
끼익 끼익이
사람 목구멍에서 나는 줄도 알았다
갑자기 밀려오는 기억에
눈물을 보일 상황이 안 돼
억지로 억지로
한참을 눈물과 싸우다
기어이 터져나오는
목구멍이 내는 소리인 줄도 알았다
미친 놈의 비싼 미련
네가 비싸기는 비싼 애다
스치며 잠시 봤을 뿐인데
백만 원에서 조금 빠지는 액수를
비싸다는 소리 한번 못하고 지불해야 하니
한 십분 봤으면
통장 잔고가 거덜나겠다
그렇지
돈이 문제가 아니지
부서진 차가 문제가 아니지
찢어진 내 이마가 문제가 아니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마주할 수 있는 자리가 주어진다면
망설임은 집에 두고 나와야지
차라리 그때 더 큰 사고가 나
네가 구경꾼들 틈에서
날 봤다면
설마 내가 보이는데
피도 나는데
보고만 있을 리 있겠니
......하는
이제
별놈의 미친 생각을 다 하는구나
사랑해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을 년
미친 개한테 주둥아리 물릴 년
달리는 차바퀴에서 튕겨나온
돌에 맞아 죽을 년
발바닥을 바늘로
죽을 때까지 찔러도 시원찮을 년
아무리 심한 욕을 하고
죽일 년 살릴 년 해 보아도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나.쁜.년
병원에서 Ⅰ
몸이 너무 안 좋아
병원에 갔습니다
얼굴이 너무 하얘져서
내 손이 내 발이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를 않아
한동안 그러고 다니다
큰일이지 싶어 검사를 받아 봤습니다
그 전날부터 굶겨놓고
수채구멍 뚫듯
목구멍에 호스를 처넣었습니다
죽겠다고 그래도
계속 처넣었습니다
검사 결과 보러 간 날
기가 막힌다는 표정 지으며
살고 싶으면,
장가 한 번 가보고 싶으면
하루 새끼 밥 먹고
주는 약 먹고
이 시간부터 술이랑 담배랑
원수지라고 했습니다
죽는다고
죽을 수도 있다가 아닌
진짜 죽는다고......
그러면 내가 훌륭하다 그럴까봐
용하다고 소문내줄 줄 알고
죽고 싶어 마신 술인데
죽어라 태운 담밴데
의사 선생님이
그것도 모릅니다
전문대 다니는 내 친구도 아는 병인데
대학 포기하고 군대 가 있는
중학교 동창놈도 처방을 내려주는데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그냥 의사도 아닌
의사 선생님이
그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Ⅱ
죽어도 좋아
내 침대에 기대어
그대가 저렇듯
피곤에 지쳐 엎어져 있다면
밤 새워
간병을 한 몸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놀라 일어나
뭐가 필요하냐고
어디가 불편하냐고
밤새 뭘 했는지
눈물이 얼룩진 얼굴로
비상벨을 눌러 준다면
입맛 없어도 먹으라고
자기를 위해서라도
한 숟갈만 먹어 달라고
수저를 입에 넣어준다면
정말
죽으면서도
미소를 남길 수 있을 것 같아
그 새끼 때문이야
그 주착바가지 새끼가
날짜만 안 물어 봤어도
그냥 지나쳤을거야
대답해 주다 보니
오늘이 생일이더라고
그때부터 찝찝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마침 내 것도 좀 살까해서
백화점에 가봤지
내 웃겨서 진짜
화장품 코너 여자 있잖아
지네 아빠가 그 회사 사장이나 되는 것처럼
새로 개발된 향이라고
지 팔에다 뿌리고 냄새 자랑하고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향수라고
어찌나 자랑을 하는지
얼떨결에 하나 샀지
이제 어쩌나 싶다가
술 한잔 하며 생각하기로 했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냥 모른 척 지나가는 것보다
더 나은 선물은 없을 것 같더군
누군가 챙겨주었기를 바랄 수밖에
돈 버리고 마음 아프고 기분 정말 더럽더라구
아줌마가 왜 혼자 마시냐고
친구들이랑 자주 좀 오라고 서비스 안주 주시더라고
외로움이 그새 찾아왔는지
그 안주 놓는 손길이 참 따스하게 느껴지더군
따님 있느냐고 여쭤 보았더니
이번에 대학 들어갔다고
기특해 하시길래
그 향수
내가 가지고 있어봐야
골치만 아프고 마음만 더 상하지 싶어
따님 드리라고
좋아할 거라고
......좋아하겠지
몆해 전 오늘 누구처럼
향이 너무 상큼하다고
나 만날 때만 아껴서 뿌리겠다고
그 표정 그 마음보다는 못하겠지만
당연히 못하겠지만
좋아하겠지
......좋아는 하겠지
상상
당신 즐겁게 웃고 살아가면
짜증이 날 것 같아요
당신 바쁘게 살아가면
신경질이 날 것 같아요
당신 여러 사람을 알게 되면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아요
당신 결혼을 하게 되면
차라리 죽어버릴 것 같아요
그러나 당신이
슬프고
한가하고
친구도 없고
평생 혼자 산다면
슬픔이 가득 차
가슴이 터져 버릴거예요
내가
어떻게
잘
있겠니
도대체
내가
어떻게
잘 있을 수
있겠니
재회 Ⅰ
늦가을이었네
비둘기색 바지와
단추가 두 개 뿐인
감색마이로 입기로 했네
와이셔츠는 엷게 빛이 나는 하늘색으로
노타이는 웬지 허전해 보여
원색의 프린트 무늬로 타이를 맞추었네
반짝이는 구두보다
복숭아뼈 살짝 올라오는 감색 구두로 신고
양말은 짙은 곤색을 즐겨 신었지만
바지 색깔에 맞추어 회색으로 신었네
두세 가지 향수를 생각하다
웬지 향수보다 비누냄새를 풍기고 싶어
향이 부드러운 비누로 샤워를 했네
자연스럽게 웨이브를 줘
왼쪽 눈썹을 살짝 내려오는
오른쪽 가리마를 탔네
그녀의 기억 속에
이제 내 모습은 없어졌네
잘 정돈된 내가 거울 속에서
은빛 바늘시계를 차고 있었네
분명 변한 모습으로
타이를 조였네
이제
비둘기색 바지를 고를 때부터
타이를 조일 때까지
입술을 깨물어야 했던
몇 해전 늦가을부터 준비해 오던
인사말만 생각하면 되는데
그녀가 먼저 해 주었으면 좋겠네
난 너무나 많은 것을 준비했기에
인사말만은
그녀가 먼저 해 주었으면 하네
늦가을이었네
재회 Ⅱ
없을 것 같아서
손을 씻었지
문을 열어 나가보면
없어졌을 것 같아서
문고리 한 번 잡아보고
또 손을 씻었지
숨조이는 어색함이 싫어
굳이 할 얘기도 들을 얘기도 없으니
화장실에서 내가 돌아오기 전에
가버렸을까 봐
준비해 온
마지막 인사를 전할 자신이 없었어
인사없이 가는 것으로 대신할까 봐
계속 손을 씻었지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비누칠도 없었지
손만 계속 씻었지
재회 Ⅲ
커피를 마시겠다 했다
같은거요
담배가 더 늘은거 같다 했다
여전하지 뭐
하고 싶어 하던 일 하고사니 행복하겠다 했다
그렇지 뭐
그만 가봐야 한다 했다
......그래야겠지
얼추 두 시간은 마주 앉아 있었는데
생각처럼 많은 말이 나와주질 않았다
시간 내내
정신을 병원에 두고 온 환자처럼
그 첫마디에는 대답조차 못하고
무엇하나 묻지도 못하고
결혼한다고 축하해 달라 했다
주문 해야지
커피를 마시겠다 했다
같은 거요
담배가 더 늘은 거 같다 했다
여전하지 뭐
하고 싶어 하던 일 하고사니 행복하겠다 했다
그렇지 뭐
그만 가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겠지
재회 Ⅳ
그녀가 내게 무언가 얘기하려 했을 때
들으면 안될 것 같아
잔기침 몇 번하고 식은 커피를 입으로 가져왔습니다
기다렸던 얘기가 나올 것 같아
그녀가 또 내게 무언가 얘기하려 했을 때
듣고나면 힘이 들 것 같아
죽기보다 싫은 그 얘기를 물었습니다
대답을 바란 질문이 아니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
흘리듯 미소로 대신해 주었습니다
그녀가 다시 내게 무언가 얘기하려 했을 때
눈빛이,걱정스런 그 이맛살이 안쓰러워
가만히 들어주려 했습니다
잘 살았으면 한다 하겠지
이런 자리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하겠지
편한 표정 만들어 보이고
당연한 듯 고개 끄덕이려 했습니다
내가 그녀의 얘기 들어주려 했을 때
이제 그녀가 머뭇합니다
기다려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내가 그녀의 얘기 들어주려 했을 때
고마운 그녀는 알고 있었나 봅니다
이젠 더 이상 아파할 가슴조차 없음을......
재회 Ⅴ
내가
어떻게
잘
있겠니
도대체
내가
......어떻게
잘 있을 수
있겠니......
비가 오는 줄 알았어
와이퍼를 켰지
와이퍼 고무가 다 된줄 알았어
여전히 창밖이 뿌옇지
워셔액을 뿌렸어
그래도 차창은 닦이지 않았었지
차창은 처음부터 뿌옇지 않았었지
............
비가 오는 줄 알았어
실수
빨랐지
급류처럼 빨랐지
각자의 길을
급류 속에서 선택당했지
빨리도 선택당했지
늦었지
필요없는 정보처럼
허무하게 늦었지
혼자의 길을 걷기에는
어쩔 수 없이 늦어버렸지
서로의 길을
선택한 건 너무 빨랐고
혼자의 길을 선택하기엔 너무 늦었지
너무 늦어버렸지
담배를 태우며
문득
알아버렸다
담배를 태우며
깊숙히 빨아들이다
느닷없이
알아버렸다
죽이려한다는 걸
가슴 속 그녀를
담배연기로 질식시켜
죽여버리려 한다는 걸
한모금 깊게 빨아들이다
죽이려고
태운다는 걸
알아버렸다
이상한 게임
언제나 중간 이하인 내게
넌 항상 일등만 시켜주었지
너에 대해서는
내가 일등이었고
무엇이든 첫번째가 되었지
그런데 날 그렇게 자신있게 만들어준 너를
결국
네게 꼴찌한 사람에게
빼앗기게 되겠지
꼴찌가 일등인
이상한 게임을 하게 되겠지
시계
바쁘면
시간을 다투는 일이 생기면
정신은 하나 없는데
생각이 납니다
언제나
시계가 없다고 사준다 해서
답답해서 싫다하면
묶여 사는 것 같아 싫다하면
돌아오는 생일날에는
수갑처럼 꼭 채워준다 해서
몇번의 생일이 지나
어느덧 시계가 필요한 나이가 되었고
어느 정도 기억은
웬만만 하면 그저 지나치게 되는데
그때 듣던 노래도
지난 세월과 함께 묻혀져 가는데
바쁘면
시간을 다투는 일이 생기면
해야할 일보다
맞춰야 할 시간보다
먼저 생각이 납니다
지랄같이
바쁘면
더 생각이 납니다
좌석버스
왜 그랬는지
음악도 커피도 담배도 태울 수 없는
비좁은 좌석버스에 붙어 앉아
뭐가 그리도 즐거웠는지
무슨 할 얘기는 끊이지도 않았는지
개도 안 물어갈 자존심 때문에
밤낮 비어있는 지갑
있는 돈도 못 쓰게 하고
버스만 태워 돌아다녔는데
미안해 하는 내가 안되 보였는지
정말 나와 있는 것으로도 부러울 게 없었는지
도무지 내일이라고는 없던 날
거꾸로 매달고 털어봐야
희망 비슷한 것도 안 떨어지는 날
우리 너무 상큼하지 않냐고
잘 될거라고 다 잘 되게 되어있다고
아무도 안 알아주면
이 버스 운전기사 하자고
자기가 매일 옆에 타고 다니면
돈도 벌고 함께 있고 얼마나 좋으냐고
우리 같은 연인들을 위해
음악도 준비해 두자고......
기억해 봐야 가슴만 상할 얘긴데
이제 좌석버스 운전기사 안 해도 되고
털어보면 희망도 조금 떨어지고
예쁜 내 차도 있는데
왜 이러는지
좌석버스비 남겨두고 술 마셔야 했던 그때로
지지리도 짜증나던 그 상황으로
왜 자꾸 돌아가보고 싶은건지
끼익 끼익
난
끼익 끼익이
문고이롸 문이
서로 이빨이 안 맞아
기름 쳐달라고
죽겠다고 내는 소리로만 알았다
난
끼익 끼익이
차 브레이크 부속 중
마스터 실린더에서
브레이크액이 모자라
어서 넣어달라고
큰일난다고
급하다고 내는 소리로만 알았다
난
이제
끼익 끼익이
사람 목구멍에서 나는 줄도 알았다
갑자기 밀려오는 기억에
눈물을 보일 상황이 안 돼
억지로 억지로
한참을 눈물과 싸우다
기어이 터져나오는
목구멍이 내는 소리인 줄도 알았다
미친 놈의 비싼 미련
네가 비싸기는 비싼 애다
스치며 잠시 봤을 뿐인데
백만 원에서 조금 빠지는 액수를
비싸다는 소리 한번 못하고 지불해야 하니
한 십분 봤으면
통장 잔고가 거덜나겠다
그렇지
돈이 문제가 아니지
부서진 차가 문제가 아니지
찢어진 내 이마가 문제가 아니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마주할 수 있는 자리가 주어진다면
망설임은 집에 두고 나와야지
차라리 그때 더 큰 사고가 나
네가 구경꾼들 틈에서
날 봤다면
설마 내가 보이는데
피도 나는데
보고만 있을 리 있겠니
......하는
이제
별놈의 미친 생각을 다 하는구나
사랑해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을 년
미친 개한테 주둥아리 물릴 년
달리는 차바퀴에서 튕겨나온
돌에 맞아 죽을 년
발바닥을 바늘로
죽을 때까지 찔러도 시원찮을 년
아무리 심한 욕을 하고
죽일 년 살릴 년 해 보아도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나.쁜.년
병원에서 Ⅰ
몸이 너무 안 좋아
병원에 갔습니다
얼굴이 너무 하얘져서
내 손이 내 발이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를 않아
한동안 그러고 다니다
큰일이지 싶어 검사를 받아 봤습니다
그 전날부터 굶겨놓고
수채구멍 뚫듯
목구멍에 호스를 처넣었습니다
죽겠다고 그래도
계속 처넣었습니다
검사 결과 보러 간 날
기가 막힌다는 표정 지으며
살고 싶으면,
장가 한 번 가보고 싶으면
하루 새끼 밥 먹고
주는 약 먹고
이 시간부터 술이랑 담배랑
원수지라고 했습니다
죽는다고
죽을 수도 있다가 아닌
진짜 죽는다고......
그러면 내가 훌륭하다 그럴까봐
용하다고 소문내줄 줄 알고
죽고 싶어 마신 술인데
죽어라 태운 담밴데
의사 선생님이
그것도 모릅니다
전문대 다니는 내 친구도 아는 병인데
대학 포기하고 군대 가 있는
중학교 동창놈도 처방을 내려주는데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그냥 의사도 아닌
의사 선생님이
그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Ⅱ
죽어도 좋아
내 침대에 기대어
그대가 저렇듯
피곤에 지쳐 엎어져 있다면
밤 새워
간병을 한 몸으로
조금만 움직여도 놀라 일어나
뭐가 필요하냐고
어디가 불편하냐고
밤새 뭘 했는지
눈물이 얼룩진 얼굴로
비상벨을 눌러 준다면
입맛 없어도 먹으라고
자기를 위해서라도
한 숟갈만 먹어 달라고
수저를 입에 넣어준다면
정말
죽으면서도
미소를 남길 수 있을 것 같아
그 새끼 때문이야
그 주착바가지 새끼가
날짜만 안 물어 봤어도
그냥 지나쳤을거야
대답해 주다 보니
오늘이 생일이더라고
그때부터 찝찝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마침 내 것도 좀 살까해서
백화점에 가봤지
내 웃겨서 진짜
화장품 코너 여자 있잖아
지네 아빠가 그 회사 사장이나 되는 것처럼
새로 개발된 향이라고
지 팔에다 뿌리고 냄새 자랑하고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향수라고
어찌나 자랑을 하는지
얼떨결에 하나 샀지
이제 어쩌나 싶다가
술 한잔 하며 생각하기로 했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냥 모른 척 지나가는 것보다
더 나은 선물은 없을 것 같더군
누군가 챙겨주었기를 바랄 수밖에
돈 버리고 마음 아프고 기분 정말 더럽더라구
아줌마가 왜 혼자 마시냐고
친구들이랑 자주 좀 오라고 서비스 안주 주시더라고
외로움이 그새 찾아왔는지
그 안주 놓는 손길이 참 따스하게 느껴지더군
따님 있느냐고 여쭤 보았더니
이번에 대학 들어갔다고
기특해 하시길래
그 향수
내가 가지고 있어봐야
골치만 아프고 마음만 더 상하지 싶어
따님 드리라고
좋아할 거라고
......좋아하겠지
몆해 전 오늘 누구처럼
향이 너무 상큼하다고
나 만날 때만 아껴서 뿌리겠다고
그 표정 그 마음보다는 못하겠지만
당연히 못하겠지만
좋아하겠지
......좋아는 하겠지
상상
당신 즐겁게 웃고 살아가면
짜증이 날 것 같아요
당신 바쁘게 살아가면
신경질이 날 것 같아요
당신 여러 사람을 알게 되면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아요
당신 결혼을 하게 되면
차라리 죽어버릴 것 같아요
그러나 당신이
슬프고
한가하고
친구도 없고
평생 혼자 산다면
슬픔이 가득 차
가슴이 터져 버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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