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건 너의 Story...♡
산딸나무, 꽃 핀 아침 / 안도현 본문
산딸나무, 꽃 핀 아침 / 안도현
나무가 꽃을 피운다고?
아니다, 허공이 피운다
나무의 몸 속에 꽃이 들어 있었던 게 아니다
나무가 그 꽃을 애써 밀어올렸던 게 아니다
허공이 꽃을 품고 있었다
저것 좀 봐라,
햇볕한테도 아니고
바람한테도 아니고
나무가 허공한테 팔을 벌리고
숨겨둔 꽃 좀 내놓으라고,
내 몸에도 꽃 좀 달아달라고,
팔을 벌리고 애원하는 자세로 나무가
허공을 떠받치고
허공을 우러르며
허공에다 경배하고 있는 것 좀 봐라
때가 되면 나무에 꽃은 핀다고?
아니다, 때가 되어야 허공이
나무에다 꽃을 매달아주는 것이다
산딸나무야,
몸 안에
꽃을 넣어두지 말아라
너는 인제 아프지 말아라
아침까지 몸 안에 술 든
나 혼자 다 아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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