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건 너의 Story...♡
내 마음이 가을인가보다. 본문
오후에 동네 가을길을 걷다 돌아온 후 가을비가 조르륵 내리더니 그쳤나 보다.
몸을 움직이길 잘한 듯 녹진했던 기운이 다시 살아나서 가볍다.
휴일동안 차와 커피를 반복해서 몇 잔을 마셨는지 저녁시간에는 아무래도 참아야 할 것 같은데
혼자 이렇게 또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다 보면 또 슬그머니 커피물을 올릴지도 모른다.
쉬는 토요일과 휴일에 대화를 나눈 것은 오늘 저녁에 엄마와 통화를 한 것 외에는 없었다.
새삼스럽지 않은 것인데 오늘따라 이상스레 적적하다는 생각이 들고
유안진 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글이 되새겨져 한 구석은 가을이 되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혼자 보내는 시간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었나..
나는 오래전부터 그 시간과 독대하는 세월로 흘러왔는데 그래서 스스로 나와 잘 지내고 있다고
자부하기도 했다만 딱히 그렇지도 않은 듯하여 뭔가 공허한 나를 느낀다.
처해 있는 환경의 인식이 가끔은 쓸쓸하기도 하고 내가 안쓰럽게 느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언젠가 어떤 분이 외로울 때가 없냐고 물었을 때 나는 손사래를 쳤는데 지금의 이 마음이 외로움인가를 생각한다.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일상을 꿈꾸기는 했었나. 그렇지는 않았다.
여느 집들처럼 그런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형식을 거부하며 살았으니.
그러니 혼자 있는 내가 껴안을 것들을 감수해야 하는 걸 잘 안다.
알면서도 밤비가 내리는 날이면 함께 나란히 앉거나 마주보고 있는 그런 장면을 그린다.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서 나눌 이야기는 참 맛있을텐데 라는 상상을 하고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전날부터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는 기분좋은 상상에 젖을 텐데.
다정히 손을 잡고 걷다가 어느 길목에 벤치가 있으면 더 좋겠다.
잠시 앉아 우리의 이야기로 물들어 가는 가을이라면 더없이 충만할 텐데.
미래가 있는 이야기를 조금은 진중하게 나눌 수 있는 사이였으면.
그런 관계를 생각하는 휴일저녁... 가을은 이렇게 뜬금없는 그림을 그리게 한다.
커피물이나 올려야겠다...
............................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
많이 먹지 말고 속을 조금 비워두라.
잠깐의 창백한 시간을 두라.
혼자 있고 싶었던 때가 있었음을 분명히 기억하라.
어쩌면 그 사람이 누군가를 마음에 둘 수도 있음을,
그리고 둘 가운데 한 사람이
사랑의 이사를 떠나갈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라.
다 말하지 말고 비밀 하나쯤은 남겨 간직하라.
그가 없는 빈집 앞을 서성거려보라.
우리의 만남을 생의 몇 번 안 되는 짦은 면회라고 생각하라.
그 사람으로 채워진 행복을
다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함으로써 되갚으라.
외로움은 무게지만 사랑은 부피라는 진실 앞에서 실험을 완성하라.
이 사람 아니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감과 함께 맡아지는
운명의 냄새를 모른 체하지 마라.
함께 마시는 커피와 함께 먹는 케이크가
이 사람과 함께가 아니라면 이런 맛이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만날 때마다 선물 상자를 열 듯 그 사람을 만나라.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
이병률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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