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건 너의 Story...♡
이런 날도 있다 / 강미정 본문
이런 날도 있다 / 강미정
늦게 퇴근하여 그냥 잤으면 좋겠다고
옷 입은 채로 방바닥에 스러져 누웠다가 아니지,
벌떡 일어나 늦은 저녁밥을 하려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다
받아 놓은 물도 없는데
자꾸 바가지를 들고 빈 물통 바닥을 퍼내는 헛손질,
예고 없이 갑자기 끊어지는 것이
수돗물만은 아닌 것 같아서,
나는 목이 말라 벌컥벌컥 나를 급하게 마셔버린 것도 같고
목마름을 끄기 위해 받아 놓은 물을 다 끼얹어버린 것도 같고
입 속에서 계속 출렁거리고 있는 내 긴 혀가
나마저도 싹, 핥아먹을 것도 같아서
물은 나오지 않고
쇠소리만 쇄쇄쇄 울리는 수도꼭지를 다 열어놓고
빈 물통 바닥을 긁으며 쌀그릇 앞에 쪼그리고 앉아
이런 날도 있는 것이라고
혼자 쓸쓸히 중얼거리기도 하는,
- 계간 <신생> 가을호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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