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건 너의 Story...♡
시간의 향기가 그윽했던 헌책방골목에서.. 본문
시간의 향기가 그윽했던... 행복한 머뭄이었던..
중학교,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언니와 막내이모가 썼던 교과서와 참고서,문제풀이집을 물려받아 보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새 학년이 되면 언니가, 이모가 쓰던 참고서를 교과서와 맞춰보는것으로 시작을 하였지..
목차의 순서와 내용이 다르기는 했어도 그다지 큰 차이점은 없어서 그러려니 하면서 나대로 구색을 맞추곤했다.
막내이모는 학교에서 전교 순위 몇 위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잘 하였기에 교과서나 참고서안은 밑줄과 깨알같이 메모해놓은 내용들이 빼곡히 차 있어서
그 내용들을 따라 훑어내리면 수업과목을 미리 준비하는 내게는 지침서같아서 유용하게 편리하였고 새 참고서 보다 손때가 묻어있어 질감도 푸근해서
나는 새 참고서를 쓰던 다른 아이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래 두고봐야했기에 나는 달력을 반듯하게 입히고 그 위에 비닐까지 씌워주었다.
문제풀이집은 그 속에 해답들이 미리 동그라미 그려져있어 문제를 푸는 묘미는 조금 덜 했지만 손쉽게 볼 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
책 뿐만 아니라 중학교 입학시 교복을 따로 구입하지 않고 언니가 입던 교복을 물려받아 입었는데..
학교마다 교복디자인이 달라서 언니의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첫 날에는 지적을 당할까 싶어 마음이 초조하여
종일 교복 밑단이나 소매단을 만지느라 보낸것 같다.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보여 쑥스러워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긴했다.
집안의 형편이 고르지 못한 시절이였기에 나는 그 형편에 익숙해져버려서 새 교복을 사달라는 원망 따위의 마음은 가지지 않았던것 같고..
그런 내가 다행이라는 위안으로 나를 꼿꼿이 세웠던것 같다.
3년 동안을 언니의 교복으로 다녔지만 선생님이나 친구들 어느 누구도 왜 다른 교복을 입느냐는 말을 물어주지 않아서 또 다행이었고 지나고 보니 감사하다.
만약에 그런 말들을 내가 자주 듣게 되었다면 내가 아무리 그때의 나를, 그리고 우리집 형편을, 엄마의 심정을 헤아렸다하여도 어린나이의 내가 조금은 아파했으리라..
추억은 지나고 난 후에 오늘이라는 시간에 남아있는 분명한 것이 되는가 보다..
거짓이 없는 그대로의 시간으로 남겨지는.. 다만 어떻게 추억을 해석하는가에 따라 왜곡성을 띄긴한다.
새 것 보다 항상 헌 것을 달고 다니던 나의 어린시절의 기억이지만 지금의 내가 맛있게 혹은 코끝 짠하게 뭉클함으로 추억할 수 있어서 고맙다..
헌 것에는 사람의 호흡이 깃들여있다.. 사람의 인정이 담겨있어 따스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까지 새 것에 대한 동경은 많지않다.
세월이 흐르고 내 나이도 마흔줄이 훌쩍 넘고보니 어지간한 기억들은 걸러내어지고 더러 희미해져 스스로 다둑거릴 수 있는 면역도 생겨나더라.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점들이 많음을 하나,둘 깨달아가는가 보다..
열외가 되는 것에 마음이 멈출때가 있다만은 그때마다 나도 사람이구나..하면 그 뿐이더라.
pastel music
artist / Maximilian Hecker, album / once I W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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