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건 너의 Story...♡
마주하고 싶은 시간 본문
해가 길어진 퇴근 무렵은 하늘이 훤하다. 30분 정도 달려 해안도로 동네 초입에 들어서면
해가 눕기 시작하는데 노을이 드리워진 도시와 바다풍경이 아주 근사하게 버무려진다.
그럴 땐 속도를 줄인다. 천천히 맛보고 싶거든.
폰으로 동영상을 담는 날은 운전이 조심스럽지만 영 주체가 안되니 어쩔 수 없이
이 시각에 홀딱 넘어가는 날이 많다. 어제는 나만의 아지트가 생각이 났다.
일몰은 눈 깜박할 사이에 해를 데려가기 때문에 마음이 바빴다.
오래전 동네 면사무소 뒷길로 가다가 우연히 맞닥뜨린 장소인데
이런 근사한 곳이 있었구나 싶어 기록해 둔 기억을 꺼냈다.
그날은 가을이라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계절이었고
공항이 저 너머에 있어 유유히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따스하게 바라보았다.
해가 지면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나 또한 그렇구나.. 감사한 일이야.. 하면서.
겨울이 깊어질수록 노을은 더 선명해지고 파리하게 맑았다.
그러다 봄이 되었다. 후다닥 차를 멈추고 노을로 향했다.
연한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는 자연 앞에서 안달하던 것들은 맥없이 숙연해진다.
그래서 내가 마주하고 싶은 까닭이다.
마음이 야위어 간다 싶을 때 헛헛한 웃음이 새어 나올 때.. 그럴 때 말이지.
밭고랑은 유채꽃의 아지트인가 봐. 반갑게 맞아주니 고맙기가 한량없어 눈 맞춤을 하며 벗 삼아 밭길을 걸었다.
폭신한 봄길, 반겨주는 봄꽃, 홀로 머무는 걸음이 심심치 않게 왔다 지나가는 보드라운 바람과
아름다운 하늘아래 충만한 시간이며 감사의 찰나들이다.
나도 없고 너도 없는 괜찮은 시간.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지만 나이가 들 수록 이런 시간에 앉아 있고 싶어 진다.
어떨 땐 바람이 되어 사라지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에 잠길 때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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