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건 너의 Story...♡
옛 생각 본문
커피물을 올리고 음악을 흐르게 하는 일은 출근 후에 자연스레 이어지는 일상이다.
좀 줄여야겠다던 다짐이 영 물 건너간 달달 봉지커피를 옆에 얌전히 앉혔다.
그나마 라면과 이별 후 다시 재회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생각이야 나지만 끝이 불편해서 직원이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자는 말에 절레절레 손을 흔들었다.
고등학생 동아리 활동하던 시절에 선배가 사 준 라면맛을 잊을 수 없다.
일요일은 첫새벽에 대구역부터 시작해서 동성로 거리를 청소봉사 후 대구초등학교에서 모임을 갖고
응원차 참석하신 선배들이 십시일반 돈을 거둬 후배들에게 라면을 사주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천정이 나지막하고 허름한 분식집은 선, 후배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남학생들과 마주하며 먹는 기분이 묘하게 설레어서
눈이 마주칠까 봐 라면 그릇에 코를 박았다. 혹시나 후루룩 소리가 날까 얼마나 조심스러웠던지. 거참.
너스레를 잘 떨던 동기 남학생이 국물을 남기면 애인을 뺏긴다나 뭐라나 해서
있지도 않은 애인을 뺏기기라도 할까 봐 싹 다 먹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국물을 남겼다. 말짱 도루묵이었다.
라면그릇에 단무지 세 개를 얹어 주었는데 한 개를 여학생에게 줬다고
야단들이 나서 야유와 웃음소리로 한바탕 초토화가 되었던 날에는 내가 받은 것도 아닌데 얼굴이 발그레졌다.
그 단무지의 용기가 내 딴엔 멋져 보였던 그때는 그럴 나이였다.
아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라면맛뿐일까. 그리움은 늘 뒤에 있다.
떠올리며 빙그르르 웃음을 흘리는 그 시절이 내가 반짝이던 시절인가 보다.
지난 생각에 마음이 몽글거리다가 봉긋 쏟고 무수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촉촉해지는 건 감사할 일이다.
벚꽃이 꽃비로 내리는 봄날에는 바람에 널어놓은 빨래가 되어도 좋겠다. 마음을 편편하게 내버려 두고
그 아래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을 햇살곁에 누워도 좋겠지.
먼 산에는 연둣빛이 졸망졸망 번지더라. 오늘은 겉옷을 걸치지 않아도 바람을 견딜만하다.
좋은 계절이야. 퇴근시간은 멀리 있는데 마음은 봄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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