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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건 너의 Story...♡

귀빠진 날 본문

일상이야기 1

귀빠진 날

그리운건 너 2024. 11. 27. 17:47

 

 

귀빠진 날이다. 뭔지 모를 우울감으로 보낸 날들이 많아서 별다른 마음없이 살았다.

부모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며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축복이며 나는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임을

나이 오십 중반이 되어서야 의미와 이치를 깨닫고 있으니 나도 참 어지간히 나만의 잣대로 오만방자했다.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은 지나 온 세월을 되돌아보는 올해 생일날은 여느 해와는 달리 여겨진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뭐 괜찮다..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생일 전날은 퇴근 후 장을 봐서 엄마가 곧잘 드시는 잡채를 만들었다.

평소와 다르게 엄마랑 같이 먹고 싶었고 엄마에게 드리는 선물의 의미에 마음을 실었다.

"엄마.. 내일 내 생일이야.. 그래서 잡채를 만들었지. 내 낳는다고 고생하셨어..."

조금 더 살갑게 표현을 해드릴것을..

밥은 뒷전으로 두시고 딸내미가 만든 잡채만 맛있게 드시던 엄마는 '니 생일이라꼬? 날짜가 벌써 이렇게 되었나' 하셨다.

이어지는 엄마의 옛날이야기는 잡채 가락처럼 길어졌지만 매번 그렇듯이 높낮이 하나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은 편안했다.

사연들을 풀어내는 엄마의 음성과 표정은 비장하고 기개가 충만하시니 보기가 좋다. 건강하시다는 확언이다.

태몽이 아들 꿈이어서 굳은 확신으로 낳았더니 어라! 고추가 보이지 않았단다.

삼신할미께서 깜박하셨을까. 그걸 확인한 후 부아가 치밀어 나를 방구석으로 내동댕이를 쳤고 할머니께서 나를 추슬렀다는 나의 탄생일화.

내가 딸이어서 망정이지 고추 달고 나왔으면 엄마 속을 얼마나 더 뒤집어 놓았을지 짐작만으로도 훤하니 엄마도 나도 천만다행입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아련히 추억하게 되는 이야기들 중에서 봄날이었던가.

초등학교 방과 후 집마당에 서니 마루에서 엄마는 바느질을 하고 계셨다.

봄햇살마냥 웃고 계시던 엄마 모습만 커다랗게 보였다. 너무 좋아서. 예쁜 엄마가 나를 보며 웃었다.

그러면서 내심 매일 반복되기를 바랐지만 이어지진 못했다.

새벽에 나가 늦은 밤에야 귀가해야 했던 엄마의 얼굴을 한 집에서 살아도 드문드문 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 가족.

그래서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장면이며 각인된 그리움이 되었다.

그날을 추억할때마다 빙그레 웃고 있는 내가 좋다. 최고의 장면속 주인공이 엄마와 나여서 더 좋다.

이렇게 밥을 먹고 소소한 일상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오늘. 엄마에게 세상의 모든 사랑과 감사를 다 드려도 모자란다.

생일날 아침 엄마로부터 전화가 울린다. 근무 중에는 전화하시지 않는데 무슨 일 인가해서 덜컥 졸였다.

전날 저녁에 뵈었기 때문에 혹시나 하게 되었다.

소고기도 만 원어치 사고, 명태, 새로 산 미역으로 미역국을 한 솥 끓여놨으니 저녁에 들리라는 소식.

어제 잡채를 드시면서 잊고 있던 딸내미 생일이 마음에 얹히셨나 싶어 종일 마음 끝이 따스하게 붉어졌다.

엄마가 계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하고 또 감사를 드려야지. 세상의 모든 감사들을 또 모셔오자.

그동안 적당히 살아왔던 어리석음이 하늘이요, 무지함은 바다였다.

그나마 하나씩 깨우쳐가는 철이 덜 든 내가 잘 하면서 살아야지 하는 마음씨앗 하나 품는다.

어째어째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엄마를 만나기 한 시간 전이다. 오늘 지금. 그날 최고의 장면속 아이가 달려간다.

202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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