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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건 너의 Story...♡

주말 오전에 책이 도착했다. ... 벚꽃은 하나, 둘 터트리는 중.. 다음 주를 기약하자.. 비가 오다말다,, 종일 집콕,,, 책 읽기 좋은 날이다..

, 한겨레출판, 4부 간장게장 중에서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혼자가 혼자에게 / 이병률 산문집 혼자 여행하는 동안, 당장 누군가가 옆에 없어 힘이 드는 건 돌아 왔을 때 사랑해야 할 사람을 생각하라는 빈 '괄호'의 의미이며, 혼자인 채로 너덜너덜해졌으니 봉합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말이다. 건성으로 살다가 치열하게 여행을 가도 좋겠다. 참을 수 있는 만큼만 눈물을 참다가 여행을 떠나서 실컷 울어도 좋다는 이야기다. 돌아와서는 '삶은 보기보다 치열한 것으로 이어진다'라는 철학으로 단단해질 테니. p 218 내가 그 벚나무 아래 다시 갔다는 걸 당신은 알고 있을까. 그 벚나무 아래서 피어난 벚꽃잎 장수만큼 당신이 보고 싶었다는 걸 당신은 알까. 그 벚나무에 비가 내려 그 벚꽃들 다 떨어져 흐를 때까지 내가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릴 거라면 당신은 그 기다림을 알까.p 22..

최진영, 2023 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랑을 두고 갈수 있어서 나는 정말 자유로울 거야. 사랑은 때로 무거웠어. 그건 나를 지치게 했지. 사랑은 나를 치사하게 만들고, 하찮게 만들고, 세상 가장 초라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어. 하지만 대부분 날들에 나를 살아 있게 했어. 살고 싶게 했지. 어진아, 잘 기억해. 나는 이곳에 그 마음을 두고 가볍게 떠날 거야. 그리고 하나 더. p34 또한 나의 천국은 다음과 같은 것. 여름날 땀 흘린 뒤 시원한 찬물샤워. 겨울날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바라보는 밤하늘. 잠에서 깨었을 때 당신과 맞잡은 손. 마주보는 눈동자. 같은 곳을 향하는 미소. 다정한 침묵. 책속의 고독. 비 오는 날 빗소리. 눈 오는 날의 적막, 안개 짙은 날의 음악. 햇살...

빈 가지 / 도종환 잎진 자리에 나뭇잎 있던 흔적조차 없다 두고 떠나온 자리에 이젠 내 삶의 흔적 흘린 땀방울 하나 자취조차 없다 누구도 서로에게 확실한 내일에 대해 말해줄 수 없는 시대 돌아보면 너무도 많은 이가 벌판이 되어 쓰러져 있는 저녁 얼음을 만진 듯한 냉기만이 얼굴을 쓸고 가는데 우리 생의 푸르던 날은 다시 오는 걸까 누구도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긴 겨울 잡목덤불 헤쳐 새 길을 내야 하는 이 늦은 시각에 다시 등을 기대고 바라보는 나무의 빈 가지 그러나 새 순 새 가지는 잎 진 자리에서 다시 솟는 것임을 믿을 수밖에 없는 그렇게 나무들이 견디며 살아왔듯 그때까지 다시 기다릴 수밖에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