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안도현님 (83)
그리운건 너의 Story...♡
집 삶이 참 팍팍하다 여겨질 때, 손님 두어 사람만 와도 신발 벗어두는 곳이 좁아 신발들끼리 엎치락뒤치락 난장판일 때 어린 아들은 떼쓰며 울고 돈은 떨어져 술상 차리기도 곤란해지면 아내는 좀더 넓은 평수로 이사 갔으면 좋겠다고 쌀을 안치다가도 파를 다듬다가도 좀더 넓은 평수, 평수 하는데 ..
헛것을 기다리며 이제는 나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 그 무엇 무엇이 아니라 그 무엇 무엇도 아닌 헛것이라고, 써야겠다 고추잠자리 날아간 바지랑대 끝에 여전히 앉아 있던 고추잠자리와, 툇마루에서 하모니카를 불다가 여치가 된 외삼촌과, 문득 어둔 밤 저수지에 잉어 뛰던 소리와, 우주의 이마를 가..
사랑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안도현-
그리운 여우 이렇게 눈 많이 오시는 날 밤에는 나는 방에 누에고치처럼 동그랗게 갇혀서 희고 통통한 나의 세상 바깥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 세상에도 눈이 이렇게 많이 오실 것인데 여우 한 마리가, 말로만 듣던 그 눈도 털도 빨간 여우 한 마리가 나를 홀리려고 눈발 속을 헤치고 ..
아버지의 런닝구 황달 걸린 것처럼 누런 런닝구 대야에 양잿물 넣고 연탄불로 푹푹 삶던 런닝구 빨랫줄에 널려서는 펄럭이는 소리도 나지 않던 런닝구 白旗 들고 항복하는 자세로 걸려 있던 런닝구 어린 막내아들이 입으면 그 끝이 무릎에 닿던 런닝구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게를 많이 져서 등판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