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건 너의 Story...♡
감나무 추억 본문
홍시 되면 먹으라며 엄마가 주신 감을 보다가 어린 시절이 달려든다.
내가 태어난 고향 집 마당에는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집집마다 가을이 대롱대롱 하나, 두울 익어갈 무렵에 우리 집의 감나무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아서
어린 마음에 왜 감이 열리지 않을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네 집이나 마을의 감나무를 부러워했다.
가지를 뻗지 못한 감나무는 마당 한편에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그래서 가을 아침 홍시 서리를 나선다. 가을이 깊어지면 집집마다 지붕에 앉아있는 홍시.
언덕배기 아래에 있던 집은 어린 내 손이 닿을 만큼 낮아서 언제나 첫 번째가 되었다.
더러 터진 것은 달기는 또 어찌나 달던지. 손에 묻히는 게 태반이었지만 흡족했다.
이웃집에서 받아 온 감을 삭혀서 먹느라고 할머니께서 단지안에 넣어두셨던 감은
몰래 먹는 홍시 맛보다는 덜해서 먹고 싶지 않았다. 여섯 살 나는 이미 홍시 맛을 알아버렸단 말이지.
그 시절의 과일이라고는 감이 유일하지 않았을까. 무화과는 살짝 보탤까.
우리 마을은 몇 집 되지 않은 작은 촌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호롱불을 밝히며 살았다.
여름밤 호롱불 아래에서 불경을 소리 내어 읽던 엄마와 곁에 누워 가만히 바라보던 나를 기억해.
겉표지 색깔은 노란색이었는데.. 가락을 좋아하시는 엄마의 불경소리는 자장가였다.
그날의 냄새와 소리, 채도는 언제나 그리움에 닿는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우리 마을은 간혹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을 환호하며
동네 아이들이 마구 뛰며 그림자놀이를 했다. 운전사가 봤다면 무슨 마을 잔치라도 하는가 싶었을는지도 모른다.
대구로 이사 오기 전에 전기가 들어왔으니 내 나이 여섯 살.
맞다. 엿장수가 왔던 날도 생각이 난다. 마을에 엿장수가 요란했던 날. 아이들이 더 신났다.
나도 덩달아 붕붕 날다 집으로 곧장 달려가 몰래 고무신 한 짝을 가져와 엿가락과 바꿔 먹다가 혼이 났었다.
코흘리개 아이의 무모한 대담함이라니. 거참. 신통하다.
근데 엿장수 아저씨는 멀쩡한 고무신을 기분 좋게 받으셨는데 말이지.
친구들에게 옛이야기를 하면 도대체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호롱불이라니... 거기다 고무신까지.
이른 아침에 집집마다 다니면서 홍시 서리를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가을길에서 감나무를 보면 예사로 지나치질 못하고 멈추게 한다.
여섯 살 이전의 추억을 여태껏 회상을 하게 되는 것은 그때 즈음에 내가 여섯 살, 우리 가족은 고향을 떠났고
나의 추억은 이사하기 전과 이후로 나뉘기 때문이다.
그리움이 배여있는 감나무를 보면 감꽃을 엮어 목걸이를 만들고 감잎으로 소꿉놀이를 하던.
여지없이 지붕을 기웃거리던 나를 떠올린다. 나에게 감나무는 추억 나무이고 홍시는 그리움의 맛이다.
어린 시절을 살았던 고향의 향수와 추억은 주렁주렁 열린 채로 고스란히 내 안에서 살아간다.
가을이든 봄이든 어느 계절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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