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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건 너의 Story...♡
아버지의 런닝구 황달 걸린 것처럼 누런 런닝구 대야에 양잿물 넣고 연탄불로 푹푹 삶던 런닝구 빨랫줄에 널려서는 펄럭이는 소리도 나지 않던 런닝구 白旗 들고 항복하는 자세로 걸려 있던 런닝구 어린 막내아들이 입으면 그 끝이 무릎에 닿던 런닝구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게를 많이 져서 등판부터 ..
낭만주의 저 변산반도의 사타구니 곰소항에 가면 바다로부터 등 돌린 폐선들, 나는 그 낡은 배들이 뭍으로 기어오르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뭣이? 바다가 지겹다고? 나는 시집을 내고 받은 인세를 모아서 바다에 발 묶인 배 한 척을 샀던 것이다 세상에, 아직도 시를 읽는 사람이 있..
살구나무 발전소 살구꽃...... 살구꽃..... 그 많고 환한 꽃이 그냥 피는 게 아닐 거야 너를 만나러 가는 밤에도 가지마다 알전구를 수천, 수만 개 매어 다는 걸 봐 생각나지, 하루종일 벌떼들이 윙윙거리던 거, 마을에 전기가 처음 들어오던 날도 전깃줄은 그렇게 울었지 그래, 살구나무 어디인가에는 틀..
똥차 두어 달에 한 번씩 학교에 똥차가 온다 햇볕이 변소 지붕에 골고루 널린 날을 택해 부릉부릉 운동장을 힘차게 질러온다 개도 안 먹는다는 선생 똥을 교과서나 공책 찢어 쓰윽 닦은 아이들 똥을 빨대로 콜라 빨 듯 시원히 바닥낸다 수업시간에도 냄새가 교실을 적시지만 우리 어디 제 코만 싸잡을 ..
빈 논 아버지 아버지의 논이 비었습니다 저는 추운 書生이 되어 돌아와 요렇게 엎드려 빈 논, 두려워 나가 보지도 못하고 껴안지는 더욱 못하고 쓸쓸한 한 편 시를 써 보려고 합니다 옛날 이 땅에서 당신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참나무 가시나무 마른 억새풀 아궁이 가득 지펴 펄펄 끓는 쇠죽솥 쇠죽솥 ..